| 특집기사 > 조행기 모음 > 2002-09-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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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지기의 첫 4짜 쏘가리
[경호강... 나의 첫 쏘가리를 안겨준 곳] 올해는 잦은 비와 지난해 수해의 여파로 낚시여건이 좋지 않았고 특히 경호강의 상황은 유난히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호강은 저의 첫 쏘가리를 안겨준 곳이고 집사람과 둘이서 낚시를 다니며 많은 추억을 만든 곳이기에 어쩌면 올해의 마지막 쏘가리 출조가 될지도 모르는 이번 출조지를 경호강으로 정했습니다. 낚시 시작한지 4년이 지나가면서 아직 4짜를 잡아보지 못했지만 마음속에 많은 욕심은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오늘따라 왠지 대물과 조우할 것 같은 기분좋은 느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평소 1호줄만 쓰던 제가 1.5호줄을 준비하고 낚시 중에도 평소의 귀차니즘에서 탈피해 캐스팅 전 라인을 점검하고 손상된 부분은 매번 잘라내었습니다.
[원지에서부터 조심스럽게 탐색] 2003년 9월 27일 새벽 6시경 화웅님과 함께 경호강의 하류쪽 포인트라 할 수 있는 원지에 도착했습니다. 역시 경호강의 9월은 새벽 바람에 손이 시릴 정도로 기온이 내려가 있었고 두툼한 외투 속에서도 속살이 시려옵니다. 진양호의 수위 때문에 하류쪽은 수량이 많고, 돌보가 물에 잠겨 물밖에서는 돌보의 위치를 분간하기 힘든 상황. 돌보 아래쪽 200m 지점에서 위쪽 300미터 지점까지 탐색해 보았으나 아기 쏘가리와 꺽지 몇 마리만이 반겨줄 뿐...
청명님께 어제까지의 현지 상황을 전해듣고 약간 상류도 이동.. 오늘 처음으로 들어가보는 생소한 포인트이지만 첫 눈에도 대물 포인트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이 휘돌아 나가는 큰 바위 옆 와류속에서 울컥하는 입질이 느껴지고 거센 물살 속에서 조심스레 끌어당겨 보지만 20 중반 사이즈임이 손끝에서 느껴지고 곧바로 랜딩. 상류쪽 센 여울 아래에서 화웅님이 엄청난 녀석을 터트리셨다는 말씀을 듣고 가까이 다가가보니 왠걸 여기가 진짜 대물 포인트네? 청명님도 어제 바로 이곳에서 대물을 터트리셨다고... 아쉬움을 접고 방금 도착하신 곽건님과 함께 생초까지 올라가 일단 식사를 마친 후 가까운 포인트로 이동.
[수해로 인해 바닥지형이 많이 변해있다] 조끼 등주머니에 시원한 캔맥주를 한통씩 집어넣고 저 멀리서 손짓하는 포인트로 진입. 날씨가 적당해서 산책하는 기분, 가벼운 발걸음으로 약 10분간 도보이동을 하니 몸이 가뿐합니다. 보통은(특히 가을에는) 하류의 돌보 바로 위의 소에서 낚시를 시작하는데 오늘따라 상류 여울을 뒤지고 싶습니다. 낚시꾼은 항상 그날의 육감을 따라야 하는법. ^^ 여울꼬리에서부터 천천히 꼼꼼하게 탐색을 하는데 여울 한가운데에서 쿡쿡~ 부들부들하는 쏘가리의 힘찬 역동이~ 가을... 센 여울 속에서 맛보는 쏘가리의 손맛은 왕복 350km의 여정도 새벽잠의 아쉬움도 한방에 날려주기에 충분합니다. 씨알은 잘지만(20중반에서 30까지) 3마리를 올리면서 한 마리 손맛에 맥주 한 모금씩... 정말 이보다 좋을 수는 없었죠. 하류 돌보쪽으로 이동해 보지만 거짓말처럼 한 마리도 없었습니다. 이번 출조에서 전반적으로 포인트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는데 물 흐름이 약한 곳은 어김없이 모래가 퇴적되어 있었습니다. 돌 사이사이에 모래가 들어차 쏘가리가 살 곳이 없어진 것이죠. 그래서 한여름도 아닌데 모래가 쌓이지 않은 여울 속에서만 쏘가리가 나오는가 봅니다.
[칼립쏘님을 처음 만난곳... 경호강 대물 쏘가리의 보고] 작년 여름이었습니다. 경호강 이곳 성심원에서 이른 새벽 칼립쏘님을 처음 만난게...
참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금은 멀리가신 이웃집 형님같은 분인데 이제 1년이 조금 넘었네요. 나만 그런가? ^^ 아무튼 저희의 출조소식을 접하고 칼립쏘님께서 일부러 전화를 주셨습니다. 성심원으로 함 가보라고... 사실 사람들의 손을 워낙 많이 타는 곳이라 요즘 잘 가지 않았었는데 오늘따라 칼립쏘님의 말씀을 듣고 싶네요. 오늘은 청명님의 말씀도 있고해서 성심원 다리 건너 반대편에서 시작했습니다. 바뀐 바닥지형을 읽기 위해 한참을 탐색하고 물 흐름이 가장 거센 강의 중심에서 바닥을 벅벅 긁어대던 중..
덜커덩~ ^^ 프로쏘키가 확 휘어지고 경호강 가을 쏘가리 특유의 힘찬 부들거림과 강바닥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려는 쿡쿡거림... 오늘은 줄을 1.5호를 썼고 이곳 지형의 특성상 훅킹된 쏘가리가 다시 집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별로 없기에 근사한 손맛을 즐기며 랜딩... 옆에 계시던 곽건님께서는 돌에 걸린줄 아셨을 정도로 힘은 장사였습니다. 오메 좋은거~
기다리던 대물은 아니었지만 지난주 밀양강 3짜 쏘가리와 4짜 메기에 이어 굶주린 손맛은 확실하게 달래준 고마운 녀석. 이후 한동안 입질이 없어 저녁장을 볼 장소를 찾기위해 이동하기로 결정합니다.
[과연 경호강은 모래에 묻힌 강이 될 것인가] 여울과 소, 바위와 모래, 얕은 먹이사냥터, 안전한 발판을 갖춘 밤낚시 장소를 찾기 위해 이동을 해보지만 많은 포인트들이 모래에 묻혀 버렸고 그나마 흐름이 급한 여울만이 쏘가리의 안식처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수해로 붕괴된 어천잠수교 위에서 바라본 심거(어천) 포인트입니다. 잠수교의 붕괴로 강 건너편의 포인트로 진입이 어려워졌지만 진입한다고 해도 쏘가리를 만나기는 힘들 듯 합니다. 한마디로 낙동강 수준입니다. 모래무지 낚시는 가능할지.... 여러가지 상황을 판단해본 결과 그냥 안전한 성심원에서 저녁장을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대물을 만나보기 위한 올해의 마지막 결정이었죠. 과연 올라와 줄지... 저녁장은 국도쪽에서 보려고 진입했으나 이런... 반대쪽에서는 몰랐는데 이쪽은 완전히 모래밭입니다. 그러고 보니 물은 반대편에서 주류를 이루고 힘차게 흐르는데 이쪽은 나머지 물이 약하게 흐르고 있습니다.
[그래도 경호강은 죽지 않았다] 이제 승부가 갈릴 시간이 왔습니다. 어두워지기 직전 자리를 잡고 밤낚시에 돌입, 바람은 점점 차가워지고 입질은 없습니다.. 밤낚시에서 늘 하듯이 검은색 웜으로 바꿔 중층을 끌어주던 중 하류쪽에서 20급의 작은 쏘가리가 한 마리 나오면서 자칫 헤이해지려던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번 대물을 향한 꿈을 키웁니다만... 역시 입질이 없습니다. 덜커덩 할 때가 되었는데... 하는 말로 일행과 저 스스로에게 용기도 한번 불어넣어 보고... 30분 정도만 더 하자는 마음으로 자리를 약간 옮기고 다시 라인을 점검하고 정면으로 투척해서 중층을 흘린 후 하류쪽에서 중층을 끌며 천천히 라인을 회수하던 중 말 그대로 "덜커덩~" 우엑~ 바로 앞에서 낚싯대가 부러질 듯 춤을 추면서 본능적으로 대를 세우자 물.보.라.가 일어납니다. 워낙 가까이에서 입질이 왔고 상류쪽으로 랜딩하는데 돌에 박혀 버릴 위험도 있고 해서 뭐 손맛 볼 겨를도 없이 몇 번 녀석과 티격태격 힘겨루기를 한 끝에 녀석의 큰 입속에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손을 쑥 집어넣습니다.
와우~ 옆에 계시던 화웅님과 곽건님께서 "4짜다"라고 외치지만 전 38,39 녀석들에게 몇 번 속아본 경험이 있어 확신하지 못하고 일단 줄자를 꺼내들었습니다. 증인 2명(^^)의 입회하에 계측한 공식기록은 정확히 40cm. 비록 턱걸이이긴 하지만 어쨌듯 분명한 4짜임에 틀림없었고 루어낚시 4년만에 처음으로 4짜의 입을 손을 집어넣은 것입니다. 와우~ 기분 죽입니다. 왠만해서는 고기 잡고 좋은 티를 내지 않는데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자꾸만 벌어지는 입을 다물 수가 없습니다. 옆에서 지켜봐 주시고 자기일처럼 함께 기뻐해 주신 곽건님과 화웅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홈지기 첫 4짜 조행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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