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기사 > 조행기 모음 > 2003-03-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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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조사님과의 만남
[ 손맛이 그리워 찾은 물가에서 ] 2003년 3월 22일 장모님 생신이라 대구에 가야 하지만 아침부터 가기엔 일주일간 쌓인 스트레스가 너무 큽니다. 잔머리를 굴려 '딱 3시간만 낚시하고 오마'하고는 바로 내달려 다다른 물가. 너무 좋군~ 항상 그랬듯이 교량 근처에 차를 주차시키고 상류로부터 차근차근 물속을 더듬어 가며 배스와 끄리의 손맛을 만끽하고 있는데 저 위에서 한 루어꾼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천천히 걸어 내려옵니다. 어억~ 조오 밑이 내가 오늘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포인트인데... 빨랑 가야쥐~ 후다닥~ (-_-;) <-- 제가 이렇습니다. 죄송~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부산에 사시는데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오셨답니다. 젊으실 때는 오토바이 타고 밀양으로 어디로 많이도 다니셨다는데 이제 기력이 쇠하셔서 요즘은 기차를 타고 다니신다네요.
루어가 비싸기도 하고 소일도 하실겸 이런저런 루어들을 직접 만드신다면서 요구르트를 하나 주시며 가방을 풀어보이시는데 정말 다양하고도 엽기적인(죄송합니다 ^^) 루어들이 쏟아져 나오더군요.
옛날 낚시 하시던 이야기를 들으며 요구르트를 맛있게 나눠 마시다가 기차시간이 다 되어서 그만 가시겠답니다. 제가 요구르트 병을 씻어서 조끼 주머니에 넣으려니까 노조사님도 병을 씻으시더니 제것까지 얼른 가방에 넣으십니다. 너무 고맙고 이런 분을 물가에서 만나게 된 것이 감사해서 캣츠아이 8g 외바늘 스푼을 한주먹 나눠드리니 참 좋아하시며, 그놈 참 참하게 생겼네 하시며 웃음 지으시더 군요.
고기에 대한 욕심도 세상에 대한 욕망도 없이 물 흐르듯 낚시를 즐기시는 노조사님과 헤어진 뒤 그 알량한 포인트 빼앗기고 싶지 않아 발걸음을 재촉하려던 제가 한없이 부끄러워지며 낚시에 대해,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생각은 생각이고 낚시는 쭈욱~ 계속되어야죠? ^^* 봄과 함께 끄리들의 힘이 날로 좋아지고 있습니다. 비슷한 크기의 배스와는 비교가 안되죠. 그 생기발랄함이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끄리만의 손맛이 있습니다. 단, 가벼운 루어를 쓰는게 좋겠죠. 참고로 끄리는(다른 물고기도 마찬가지이지만) 스푼으로 걸었을 때와 1/16지그헤드로 걸었을 때 손맛이 두배는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꺽지와 끄리는 그 특유의 탈탈거림이 손으로 짜릿하게 전해지는 NS대가 딱이죠. 쏘가리와 배스는 그저 묵직하게 힘을 쓰기 때문에 전 프로쏘키를 즐겨 사용합니다. 그냥 참고하시라고... ^^
장애물이 별로 없는 지역이라서 편광안경을 쓰고 물속을 유심히 들여다보다가 괜찮은 장애물을 발견하게 되면 어김없이 이런 녀석이 올라옵니다. 사실 어김없이는 아니고 대부분요... ^^ 오늘도 3시간 정도의 낚시에 배스며 끄리며 25마리나 손맛을 보았으니 이 어찌 기쁘지 않을까요. 장모님한테 찍히기 전에 서둘러서 대구로... ㄴ@@ㄱ ~~~~~
[ 떵물에서 허우적 대다 ] 2003년 3월 23일 이러저러해서 대구 금호강 무태교에서 최규표님과 화웅님과 작은가리님과 만나 낚시를 하게 되었답니다. 금호강이 많이 맑아졌다고 해서 일말의 기대를 안고 도착하였으나 물을 보니 낚시할 기분은 나지 않네요. 사실 제가 루어낚시를 즐기는건 물고기도 물고기이지만 아름다운 자연을 호흡하고자 함인데 이건...
다행히 꽝은 면하고 30cm 될까말까한 배스는 한 마리 했습니다만 큰 비가 오기 전까지는 이곳을 다시 찾기는 힘들 듯...
참, 어제 오늘 한가지 특이했던 점은, 어차피 열악한 조건이라면 배스는 수심보다는 장애물을 선택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장애물이 없는 넓은 지역에서 좀 깊은 곳과 얕지만 장애물이 있는 곳이 있다면 배스는 두 번째 지역에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큰 배스일수록 그런 성향이 짙은 것 같습니다.
우연히 물가에서 만난 노조사님께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배웠고 몸으로 느낀 주말이었습니다. 낚시를 하며 또는 바쁜 일상 속에서 조금만 욕심을 버리고 한발짝 물러서 여유있는 마음을 가진다면 낚시도, 인생도 조금 더 즐거울 수 있을 거라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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