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기사 > 조행기 모음 > 2002-06-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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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을 기다리다 날새다
[대물생각에 잠도 안오고...] 6월 16일 코리아팀의 16강 진출에 광분하여 어제 새벽 2시에 잤습니다. 16강은 16강이고 오늘은 대물 민물농어 생각에 잠이 올리가 없습니다. 포항에 있는 형을 꼬셔서 오라하고... 지난번 저의 뜨는피라미(floating minnow)를 물고 유유히 사라져 버린 그놈의 입에서 다시 내 피라미를 회수하리라...는 허무맹랑한 꿈을 안고 밤 11시경 출발. 가는 길 내내 대물에 대한 자신감과 자만심으로 똘똘 뭉친 제 입이 촐싹댑니다.
[하늘이 노하셨나..] 12시..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형과 함께 적막한 강가에 내려서서 낚시를 시작합니다만... 한참동안 입질이 없습니다. " 음.. 원래 입질이 없을 시간이군... " 하면서 오랜 기다림과 끈질긴 인내로 신중하게 던지기를 계속 합니다. 연안으로 평행하게 던져 물가에서 채 1m도 떨어지지 않도록 최대한 가까이 최대한 천천히 끌어주니 드디어 어신이... 그럭저럭 손맛을 즐기며 끌어올린 녀석의 사이즈는 40cm..
" 에이~ 잔챙이 잖아. 좀 큰넘은 왜 안무는 고야? " 요즘 제가 간이 많이 붓고 그 건방짐은 하늘을 찌르나 봅니다. 도대체 눈에 뵈는게 없는 이 오만방자함을 누가 좀 치료해 주세요. 역시 하늘이 노했는지 해뜰 때 까지 그보다 큰넘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_-; 그 뒤로 아침 7시 철수할 때까지 30cm급 누치 2마리와 잔 씨알의 민물농어 7마리를 추가하는데 그쳤습니다. 오늘은 이상하게 피크타임이고 뭐고 없이 입질이 잠잠했네요.
[대물은 퐁퐁..] 낚시 도중 계속 봉바늘과 벌레를 사용하는 형에게 퐁퐁(popper)을 하나 줬는데 형이 처음 써보는 퐁퐁에 액션 주는 것이 좀 어색해서 시범을 보여준답시고 연안쪽으로 멀리 던져서 " 퐁퐁은 이렇게 쓰는 고야~ 뽁~ 뽁~ " 하면서 끌어주는데 헉 한넘이 따라 오는 것이 느껴집니다. 신중하게 뽁~ 슬렁슬렁.. 뽁뽁~ 슬렁슬렁.. 뽁뽁뽀......억!!!!! 놈이 쿠악 튀어오르며 퐁퐁을 덮칩니다. 순간 깜짝 놀랐지만 침착하게(??) 한 템포 쉬어준 다음 콱 챔질. " 헉~ 장난이 아니다. 최소 50이군... " 형의 대가 해동 강돌백금(리버스톤 플래티넘)이라서 챔질이 약할 것 같아서 다시 한번 콱 챔질. 순간 썰렁... 어이없이 줄이 끊어져 버렸습니다. 놈이 퐁퐁을 통째로 삼켜 버려서 이빨에 줄이 쓸렸나 봅니다. 흐미.. 홀림이 물고 대물이 사라지면 낚시 안되던디... (제 징크스입니다)
[초보꾼의 열정..] 형은 7시간 동안 내내 자세 흐트러짐이 없이 정말 꿋꿋이 낚시를 합니다. 동이 터올 때 쯤 첫 번째 누치를 올렸으니 아마 4~5시간은 조과없는 낚시에 열중한 것입니다.
하늘이 감동하셨는지 동이 트고 나서 형은 생애 첫 누치(30cm), 첫 민물농어(31cm), 첫 끄리(25cm)를 낚아냅니다. 총 조과 3마리 모두 형의 첫 어종들이었고 씨알도 괜찮았으니 나름대로 보람있는 조행길이었다고나 할까요.. 지루한 시간과 짜증스런 밑걸림, 몰려드는 졸음과 피로를 딛고 꾿꾿하게 물고기를 만나고야 말았던 것입니다. 홀림이 낚시에 대한 형의 열정에 경의를 표합니다. 즐낚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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