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기사 > 조행기 모음 > 2002-06-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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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방파제 - 우럭낚시
[형산강엔 이름모를 물고기들이...] 6월 9일 일요일 어제의 밤샘 낚시로 피로가 쌓이고 무엇보다 가족들의 눈총에 오늘은 그냥 집에서 쉬려고 했는데 꾼에게 그것은 고문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포항의 젖줄인 형산강을 한번 탐색해 보자 하고 늦은 오전시간에 형과 함께 집을 나섭니다. 형산강 여기저기를 둘러 보았으나 곳곳에 어울리지 않는 상수원보호구역 표지판과 얕은 강바닥이 실망만 안겨줍니다. 끝내 괜찮은 곳을 한군데 발견하고 한참의 시간을 투자하며 갖가지 홀림이로 두드려 보았지만 물위로 첨버덩 거리며 법석을 떠는 커다란 이름모를 물고기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12g 숟가락에 애꿎은 피라미 한 마리만 딸려옵니다. 에게게~
그만 집착을 버리고 포기하도록 하죠.
[동해안 어느 마을 앞 방파제에서...]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를 찾아갑니다.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여기는 서해가 아니죠. 동해입니다. 그것도 대낮입니다. 이쪽에서는 일출과 일몰 시간에 구멍치기로 겨우 우럭이나 놀래미를 몇 수 올릴 수 있을 뿐입니다. 사실 좀 남사스럽네요. 이쪽에서는 바다에서 루어하는 사람 거의 없거든요. 모두들 이상하게 쳐다봅니다. -_-; 방파제에서 구멍치기 조차 여의치 않아 그냥 방파제 끝에 엉덩이 깔고 앉아서 내만쪽으로 원투를 하여 혹시 있을지 모를, 물어줄지도 모를 가자미나 넙치를 기다리며 하염없이 벌레를 던집니다. 물론 잡힐리가 없죠? ^^; 그러기를 어언 한시간... 옆에 있던 형이 벌레를 회수하기 위해 감아들이는데 왠 시커먼 놈이 쏜살같이 달려들더니 덥썩 물어버립니다. 그대로 들어뿅~
드디어 한 수 했습니다. 홀림이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곳 낚시꾼들에게 널리 알리게 된거죠. 저라고 어디 오기가 없습니까? 주린 배를 움켜잡고 혼신의 노력을 다하여 열중한 끝에 드디어 저에게도 어신이 왔습니다.
-_-; 할 말 없습니다. 저게 무슨 물고기 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제자 앞에서 X 팔려 죽겠습니다. 그래.. 체면을 세우기 위해선 우아한 던지기는 필요없다. 오로지 구멍치기 뿐이다. 비장한 각오로 구멍치기에 열중한 끝에 저도 드디어 우럭 한 수 했습니다. 앙탈이 대단합니다.
이제 됐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낚시하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배고픔을 견디기가 힘듭니다. 그냥 잡은 우럭을 통째로 삼켜 버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다음을 기약하며 오늘 대어의 꿈은 그만 접으렵니다. 즐낚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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