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기사 > 조행기 모음 > 2002-06-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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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변천 - 대물꺽지와 메기들, 길안천 답사
[어두운 밤 반변천에서...] 6월 7일 금요일 내일이 쉬는 토요일이라서 근무 마치자마자 아내와 아기를 데리고 고향집인 포항으로 왔는데... 어차피 출조 전 설레임에 잠도 오지 않을텐데 지금 떠나자... 집에 도착하자마자 형과 함께 영양으로 차를 몹니다. 가는 길에 영덕 강구항 근처의 해장국 집에서 맛있게 밤참을 먹고 천천히 차를 몰아 반변천에 도착하니 1시쯤... 반변천에서 가장 맑은 물이 흐르던 이곳에 못보던 축사가 새로 생겨있고 물에서는 거품이 둥둥 뜨고 축산폐수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조금 낚시를 하다보니 손이 끈적거립니다. 괜찮은 씨알의 꺽지를 한 수 하고는 자리를 옮깁니다. 더 이상 머무를 의미가 없을 것 같네요. 형은 처음 해보는 밤낚시에 적응이 힘든가 봅니다. 칠흙같은 어둠에 달빛 한점 없으니.... 자리를 옮겨 좀더 상류의 보 아래 여울밑 소지역에 도착했지만 이곳도 물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거품이.. 결국 입질 한번 받지 못하고 손전화 알람을 4:30에 맞추어 놓고 차안에서 새우잠을 청합니다. 춥네요... 알람 소리에 찌뿌둥한 몸을 일으키려는데 형이 재촉합니다. 완전히 환자입니다.
[동이 트며 우리의 대박은 시작되었다] 물가에 내려서 보니 밤과는 달리 거품이 모두 사라졌네요? 가증스러운 인간들 같으니라구... 형은 대물 꺽지를 노리고 1/8oz 봉바늘에 2" 캣츠아이 벌레를 사용해서 여울 아래를 칩니다. 저는 메기를 노리고 1/4oz 스피너에 1호줄을 사용해서 좀더 하류의 수풀지역을 치기로 합니다. 형이 첫투를 날리자마자 대가 엄청 휘는 모습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형은 초보 답지 않은 침착함으로 대물을 제압하고 저에게 들어올려 보입니다. 엄청 크군요. 신발짝만 합니다.
형이 대물을 끌어올리는 사이 저에게도 어신이 옵니다. 얍~ 피라미입니다. ㅠ.ㅠ; 사부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저는 항상 첫투에 물고기가 물면 그날은 공치는 징크스가 있습니다만.. 저의 사랑스런 제자는 아닙니다. 옆에서 연신 대물꺽지를 걸어올립니다. 전부 크기도 참 크네요. 축하는 고사하고 배아파 죽겠습니다. 꺽지로 승부할 수 없으니 메기로 하는 수 밖에요... 저도 노린 곳에서 정확하게 메기가 물고 늘어지네요.. 히죽~히죽~ 근데 왠지 메기가 예전의 그 손맛이 아닙니다. 1호줄에 꺽지대인데도 손맛이 만족스럽지가 못한데 생각해 보니 요즘 민물농어 낚시로 손을 버렸나 봅니다. ^^;
이곳에서 메기 3수하고 꺽지 꽤 큰 녀석으로 한 수와 잔챙이 몇수를 추가하고는 해가 산넘어 올라온 뒤 자리를 옮깁니다.
[보 아래에서 또 메기가...] 자리를 옮긴 곳은 청암교 상류의 보 입니다.
사진을 보시면 아시는 분은 다 아실 위치입니다. 사실 이곳은 이상하리만치 조과가 좋지 않은 곳입니다. 특히 제방공사를 하고 나서는 고기가 더 없어졌습니다. 보 위에서 꺽지를 한 수 하고 보 아래를 내려다보니 물속에서 먹이사냥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내려서서 물고기들의 오름이 있는 곳으로 던지기를 몇 번 하니 바로 어신이 오네요. 오우~ 민물농어로 손을 버렸지만 이번에는 손맛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한참의 힘겨루기 끝에 건져낸 이 녀석은 무슨 사고를 당했었는지 꼬리가 잘려나갔네요. 안그랬으면 50정도는 충분히 되었을텐데... 옆에 메달린 꺽지도 17cm 정도 되는 녀석인데 아주 작아보입니다. 집에서 입맛을 다시며 아들들을 기다리시는 아버지를 생각해서 오늘은 이 녀석들을 집으로 가져가야겠습니다.
[진보교 아래는 배터리꾼만이...] 다시 자리를 옮겨 진보교 아래로 왔습니다. 얕은 여울에서는 끄리인지 뭔지 알 수 없는 물고기들이 산란을 하고 있네요. 수심이 15cm 정도밖에 안되는데도 푸드덕 푸드덕 난리가 났습니다. 수중전을 펼치며 꽤 멀리 내려가는데도 입질이 전혀 없습니다. 이상하네요. 그림은 꽤 좋은데.. 좀 더 내려가 보니 2인조 전기기술자들이 한넘은 등짐지고 내려가고 한넘은 족대를 들고 뒤따라 가며 수확을 합니다. 콱 받아 버릴라 그랬는데 인상이 험악해서 그리는 못하겠고 신고하려고 해도 너무 멀리 내려와서 경찰이 와줄 것 같지도 않습니다. 씁쓸한 마음을 뒤로 한채 낚싯대를 접습니다.
[길안천 답사] 임하호를 지나고 안동을 거쳐 35번 국도로 들어서 길안천으로 향합니다. 길안천 하류지역은 낚시할 여건이 못될뿐더러 상수원보호구역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상류로 상류로 올라가 보지만 상류쪽은 물이 너무 줄어있고 청태가 엄청나게 깔려 있어서 여건이 좋지 못합니다. 그래도 사정이 좀 나은 곳을 선택해서 꽤 긴 시간의 팔운동 끝에 꺽지의 존재만 확인했습니다. 비가 좀 많이 온 뒤에 다시 찾아가면 꽤 괜찮은 조과가 예상되는 곳이 몇군데 눈에 띄었습니다만 아직은 아닙니다. 돌아오는 길에 꼭두방재 휴게소에서 형한테 돼지뽁음을 뺏아먹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에필로그] 꽤 긴 시간의 낚시여행이었습니다. 약 20시간 정도... 혼자 낚시 다니는 것을 즐기는 저이지만 형과 함께 하는 낚시는 저에게 더 큰 즐거움을 줍니다. 역시 형제는 말이 필요없고 서로의 눈빛만 봐도 마음을 읽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편할 수가 있을까요? 비록 오늘은 아버지를 위해 고기를 집으로 가져왔지만 굵은 녀석들이었으니 위안으로 삼고 또 다시 놓아주는 즐거움 속으로 뛰어 들어야겠습니다. 즐낚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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