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기사 > 조행기 모음 > 2002-06-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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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강 밤낚시에 누치,배스.. 잉어는?
[대물은 미노우를 물고...] 6월 2일 일요일 지난번 제가 상수원보호구역 팻말이 있다고 했던 곳이 아무래도 이상해서 환경부에서 상수원보호구역 현황자료를 받아 확인해 보니 상수원보호구역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낮에 직원들 가족동반 모임이 있어 이른 새벽에 잠깐 낚시를 하기로 했습니다. 1시에 일어나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3시. 물속은 고요하고 물밖도 역시 고요합니다. 어둠속에서 버사브라이트의 도움으로 플로팅미노우를 달아 45도 방향으로 던져서 착수음이 들린 후 잠시 기다렸다가 릴링하기를 십여분... 툭. 돌에 걸렸다 싶어 무의식적으로 대를 툭 쳤지만 그 순간 이곳 지형상 플로팅미노우가 돌에 걸릴 수는 없다는 생각이.. 정신이 번쩍 들어서 힘껏 챔질을 했으나 느낌은 역시 돌에 걸린느낌. 챔질을 하며 걷어올린 낚싯대를 잠시 그 상태로 유지하고 있으니 아니나 다를까 줄이 흐릅니다. 요란하지도 않고 급격하지도 않게 아주 희안한 느낌으로 드랙이 쫘아아아~악 풀려 나갑니다. 낮과는 또 다른 이 느낌. 약간은 당황스럽고 조금 겁이 나기도(-_-) 하고 무엇보다 가슴이... 가슴이 쿵닥거립니다. 드랙이 너무 풀려나가는 것 같아 손가락으로 스풀의 회전을 조정하는데 희미한 달빛 아래로 폭포같은 소리를 일으키며 엄청난 바늘털이의 장관이 펼쳐집니다. @.@; 다시 풀려나가는 드랙. 몇 번의 출조를 거쳐버린 1.5호줄을 그냥 사용한 것을 후회하면서도 드랙을 좀 더 조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신없이 돌던 스풀이 주춤하면서 놈의 머리 방향이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 오고 저는 펌핑을 시작합니다. 딱 두 번의 펌핑.. 사실 그 두 번의 펌핑에 그놈과 저의 거리가 가까워 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막 세 번째 펌핑을 하는 순간 허전한 느낌과 함께 손에 남는 것은 초보티를 벗지 못한 꾼의 손떨림과 식은땀 뿐... 새로 2호줄을 감아놓은 보조스풀로 교환을 하고 다시 시도했지만 날이 밝을 때까지 그만한 대물은 오지 않았습니다. 항상 생각하면서도 게으름 때문에 지나치기 쉬운 문제입니다. 단 한번 있을지 모르는 그 녀석과의 만남을 위해 항상 줄을 새로 감아놓아야 하고 아무리 루어를 자주 뜯겨도 매듭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해야 하는 것... 그 기본적인 것을 지키지 못해 아쉬워하고 속상해 합니다.
[왠 누치?] 그녀석이 떠나간 후로 한동안 입질이 없습니다. 하긴 저도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반성을 해야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갑자기 덜컥하며 뭔가가 물고 요동을 치는데 배스와는 다른 느낌인줄 알았지만 그것이 누치일 줄이야... 30cm 정도의 누치가 정확하게 미노우 꼬랑지 부분을 물고 올라옵니다. 신기하네요. 사진을 찍기위해 꿰미에...
그 뒤로 그만그만한 누치 한 마리와 배스 아홉 마리로 아쉬운 손맛을 달랬습니다. 오늘은 이상하게 지난번과는 달리 새벽녘에 물고기들의 오름도 잘 보이지 않고 입질 또한 뜸합니다. 물속에 손을 넣어 보니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 같은데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어쨌든 지난주와 똑같은 것은 해가 뜨니 입질이 뚝 끊어지더라는 겁니다. 그만 낚싯대를 접으려는데 형에게서 전화가 오네요. 반변천에서 27cm 대물꺽지를 걸었답니다. 대단한 우리형입니다.
[잉어타작]
먼저 위 사진 속의 잉어는 낚시로 잡은게 아님을 밝혀둡니다. 괜히 폼 한번 잡아봤습니다. 오늘 직원 가족동반 모임은 다름아닌 '물퍼서 고기잡기'입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고기잡는 행위 중에 가장 원시적이며 전기고문과 맞먹는 가장 비인간적이고 무쉭한 방법이죠. 제가 하는 일이 '양산신도시 조성'입니다. 현장 내에 작은 수로가 있는데 공정진행상 수로를 메워야 하기에 어차피 메우게 되면 고기들이 몰살 당하니까 고기를 다 잡고 메우자.. 뭐 이런겁니다. ^^; 먼저 백호우(포크레인)으로 수로를 막고, 펌프로 물을 퍼낸뒤... 들어가서 고기를 건져내는 겁니다. -_-; 저는 "낚시인으로서 고기를 취하는데 있어 정도만을 걷는다"며 낚싯대 들고 하류쪽에서 가물치 낚시를 했지만 점심 먹고 나서는 직장 선배들의 눈총에 바지장화를 입고 족대 들고 수로 속으로 들어가야만 했습니다.
참고로 이날의 조황(?)은 사진에서 보시는 것만한 잉어 30여 마리와 월척급 붕어 다수에 메기, 동자개, 가물치 등등 상상할 수 없는 조과가... 수로폭이 2m 정도의 아주 작은 수로의 길이 30여 미터 구간에 이 많은 물고기가 산다는 것이 믿어지십니까? 흐흐..
[배스 먹는 괴물배스..] 지난주 조행기에서 깜빡하고 빠트린 내용입니다. 미노우를 던져 살살 끌어주는데 작은 배스의 입질이 들어와서 챔질 후 손맛을 즐기기위해 일부러 천천히 끌어줍니다. 끌려오는 느낌은 약25cm 정도 될 것 같네요. 거의 5m 전방까지 끌고 왔는데 갑자기 대가 쿡 쳐박히면서 대를 놓칠뻔 했습니다. 어안이 벙벙했겠죠? 대가 미친 듯이 춤을 추고 뭔 상황인지도 모른채 한참을 씨름하며 끌고 오는데 세상에 물속에 보이는 것은 족히 60cm는 넘어보이는 배스가 아니겠습니까? 이런, 무신 변신로봇이냐? 놀랄 겨를도 없이 놈이 갑자기 다시 20cm 잔챙이로 변합니다. 귀신에 홀렸나? 하지만 그 잔챙이 옆에는 아까 그 괴물같은 대물이... 헤엄치고 있고.. 그놈이 한 바퀴 빙 돌더니 다시 나의 미노우를 물고 있는 잔챙이 배스를 콱 집어삼킵니다. 황당하기 그지없고 웃음까지 나올려고 합니다. 건성으로 한번 강하게 챔질해준 뒤 정신을 차리고 릴링을 할려고 하니 이놈이 다시 먹이를 확 뱉어 버리고는 유유히 물속으로 사라집니다. 아직도 미노우를 물고 있는 잔챙이 배스를 끌어올려보니 이놈이 아주 걸레가 됐습니다. 지느러미도 너덜너덜~~ 이런 경우 겪어보셨나요?
즐낚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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