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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행기 모음 | > |2002-05-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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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강 - 빅배스, 쏘가리, 꺽지, 끄리
2002년 5월 25일 토요일 저는 혼자 낚시 다니는 걸 좋아합니다. 오래간만에 혼자 출조를 하게 되었습니다.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입니다. 새벽3시 여지없이 눈을 번쩍 뜨고 준비를 해서 4시, 아직 어두운 밤길을 운전해 밀양강으로 향합니다. 인적이 드문 지방도 1022호선.. 약간은 섬뜩하기도 하고, 낭만적이기도 하고, 설레이는 마음... 다 아시죠?
[밀양강 상남면 - 배스,끄리] 1시간 가량을 달려 밀양시 상남면 밀양강변에 차를 세웁니다. 멀리서 서서히 동이 터옵니다. 물가에서는 뭔지 모를 물고기들이 첨벙거리며 절 반겨줍니다. 예상대로 역시 이쪽 연안은 밤낚시터인가 봅니다. 재빨리 장비를 챙기고 강가에 서서 회심의 첫투를 날립니다. 오늘의 무기는 6g짜리 플로팅미노우입니다. 첫투에 몇 번의 입질이 들어오지만 후킹이 되질 않습니다. 끄리인 것 같습니다. 이투에 덥석~ 물었습니다. 햐~ 천천히 손맛을 음미하며 끌어올리니 배스입니다. 때깔이 곱네요. 날이 완전히 밝아질 때까지 배스 7, 끄리 2수 했습니다. 크기는 다양하게 30cm 급에서부터 아래 사진처럼 꺽지만한 배스까지 아주 다양하게 나왔으나 전반적인 씨알은 작은 편이었습니다.
날이 밝아오니 고기들의 라이징이 뚝 그치고 입질이 뜸합니다. 아~ 쫌만 더 일찍 출발할 것을.. 미노우를 서스펜드 타입으로 바꾼 뒤 인내심을 가지고 강심이 아닌 양쪽 연안을 향해 계속 날립니다. 분명 연안에서 2~3m 떨어진 브레이크라인 어디엔가는 먹이를 노리고 있는 배스가 숨어 있을 것입니다. 갑자기 대가 돌에 걸린 듯 멈칫하더니 이내 대 전체가 물속으로 빨려들어갑니다. 드디어 왔습니다 여러분. 물속으로 꾸욱 쳐박다가 갑자기 무게감이 없어지더니 큰 배스가 물위로 뛰어 오릅니다. 높이도 뛰네요 ^^; 오오옷! 그래 바로 이거야! 줄이 흐릅니다. 제 앞으로..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감아들입니다. 다시 줄이 팽팽해 질 때쯤 1.5호줄에 맞춰서 조정해 놓은 드랙이 사정없이 풀려나가면서 놈이 강심으로 치닿습니다. 대를 세우며 드랙을 약간 더 조이자 두 번째 바늘털이를 시도합니다. 장관입니다. 멍청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 그러고도 녀석은 2번의 바늘털이를 더 시도하고 전 침착하게(침착하려고 애쓰며) 펌핑을 계속합니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제 입보다 훨씬 더 큰 녀석의 입속에 저의 가녀린 엄지손가락을 집어 넣는데 성공했습니다. 대를 쥐었던 팔목이 뻐근해질 때 쯤이었을 겁니다. 이맛에 배스낚시를 하는 거죠.
마침 옆에 계시던 한 조사분께 부탁해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8시까지 총 14수 했으나 8시부터 거짓말 처럼 입질이 뚝 끊깁니다. 역시 이곳은 밤낚시 포인트라는 걸 확인합니다. 근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낚시를 마치고 자리를 옮기기 위해 나오다 보니 제방 위에 표지판이 하나 서 있습니다. " 상. 수. 원. 보. 호. 구. 역 " 밀양강에 상수원보호구역이 있는 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정말 몰랐습니다. 저 낚시할 때 스푼캡 하나 안버립니다. 하지만 이젠 다시 못가겠네요. 그 자리.. 아쉽지만.. 자 이제 10시가 다 됐습니다. 어차피 해가 중천에 뜬거 구경이나 하자 싶어 밀양강 여기저기를 다녀보았습니다. 진주조개 양식장도 가보고 오산늪도 가보고 수로도 가보고.. 하지만 어디 한군데 낚시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이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꺽지나 잡으러 가야겠습니다.
[밀양강 모처의 보 아래 - 꺽지] 밀양시내를 지나 밀양강 모처의 보 밑으로 가봤습니다. 물이 좀 줄었군요. 얕은 여울에 끄리들이 몰려있는게 보입니다. 1/8oz 스피너를 달아 여기저기 던져보니 심심찮게 새까만 꺽지들이 물어줍니다. 역시 크기에 비해 꺽지의 손맛은 참으로 훌륭합니다. 톡~ 톡~ 토도독~ 이런 손맛을 안겨주는 고마운 꺽지에게 입맛까지 바라는 것은 우리가 욕심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닐까요? 7마리 모두 다치지 않게 바늘을 잘 빼서 물속으로 돌려보내 줍니다. 이곳에서 끄리의 산란장면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아주 얕은 여울에 산란을 하는데 제가 다가가도 꿈적도 안합니다. 방해가 될까 싶어 조용히 구경하다가 왔습니다.
[밀양강 빈지소 - 쏘가리,꺽지,배스] 혼자 재미있게 놀다보니 1시가 다 되었네요. 배가 고프겠죠? 자 오늘은 어데가서 맛있는 점심을 먹을까요? 흐흐~ 유천 삼거리의 어느 식당에서 OO탕 먹었습니다. 아으~ 오후장은 문제없겠다. 개인적으로 빈지소에서 낚시한 적이 별로 없어서 오늘 오후장은 빈지소로 정했습니다. 참 재미있는 곳입니다. 빈지소 중간쯤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내려왔습니다. 물에는 청태가 많고 수심도 별로입니다. 이번엔 스피너 말고 1/16oz 봉바늘에 캐이준 2꼬리 벌레를 사용해 보겠습니다. 제가 주로쓰는 액션을 가미해서..^^;
몇 번의 던짐에 어김없이 꺽지가 달려듭니다. 아우~ 정말 귀여워 죽겠습니다. 반가워~ 뽀뽀! 너 정말 귀엽구나~ 뽀뽀! 잘 살아야해~ 뽀뽀! 몇 마리의 자잔한 꺽지가 올라오고 마침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제법 원투가 이루어집니다. 아까부터 던지고 싶었던 물속 바위 뒤에 사뿐히 안착. 2m쯤 감았는데 후두둑. 헉~ 큰넘이다. 싱글벙글. 호호, 드랙까정 찍찍 풀리네? 아무리 드랙을 헐겁게 조정해 놓았지만.. 한 25cm 될려나.. 두근두근.. 근데 꾹꾹거리는게 영 쏘가리 같습니다. 다가오는 모습을 보니 얼룩무늬가.. 이런 감동이..
얼마만에 보는 쏘가리입니까? 작년 가을 이후 첨입니다. 올해는 유난히도 쏘복이 없더니만 이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널 만나다니.. 너무 반가워서 눈물이 날라 그럽니다. 훌쩍~ 한참을 바라보다가 사진도 한판 찍고 놓아줍니다. 제발 아저씨들한테 잡아먹히지 말고 잘 살아야해. 다들 아시다시피 밀양강은 쏘가리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자신하건데 이놈이 25cm가 아니라 45cm였다해도 전 놓아주었을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이런 기쁨을 우리에게 안겨주는 쏘가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합니다. 기쁜 마음을 가라앉히고 위치를 옮겨 첫 번째 던지기에 뭔가가 점잖게 꾸욱 물고 들어갑니다. 챔질 한번하고 대를 세우니, 아이 깜짝이야~ 물위로 한 50cm는 튀어오르며 바늘털이를 하는 모습이 배스네요. 멀리있던 대낚시꾼들까정 다 쳐다봅니다. 사실 별로 큰넘은 아니었는데 꺽지전용대에 30cm 넘어보이는 배스가 걸렸으니 대가 얼마나 휘었겠습니까? 주변에서 웅성웅성 합니다. "야~ 이리와봐. 저기 대물 걸었나봐~" , "우와 엄청난 놈인가보다" -_-; U자로 휘어진 대를 잡고 1호줄이 끊어지지 않게 조심하며 릴링을 하는데 녀석의 또 한번의 공중제비. 바로 바늘이 쏙 빠지더니 손이 허전해집니다. 솔직히 X 팔려 죽겠습니다. 저에게 몰려든 사람들의 시선에.. 다시 던지자마자 또다시 그만한 크기의 배스. 제말 이번에는 첨벙대지 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조용히해. 첨벙첨벙~~ 푸덕푸덕~~ -_-; 또 사람들의 시선만 끌어놓고 털렸습니다. 아무래도 꺽지대에 1호줄로 하다보니 후킹이 약한가 봅니다. 그 뒤로 작은 배스 2마리랑 꺽지 몇마리 더 추가해서 오늘 잡은 고기가 총 31마리입니다. 많이 잡았네요. 눈앞에서 놀던 가물치를 못 잡아서 좀 한이 되기는 합니다. 어슬렁거리길래 웜을 살랑살랑 흔들어주니까 물려고 다가오다가 저를 한번 올려다보더니 가 버리대요. 정말입니다.
4시 30분. 약 12시간의 낚시여행을 마치고 마눌과 아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마음이 즐겁기만 합니다. 물론 트렁크 속 쿨러에 잡은 고기들을 담고 매운탕 생각에 입맛 다시며 돌아가는 길도 즐겁겠지만 손맛 보여준 물고기들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주고 나도 돌아가는 이 홀가분한 기분을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실겁니다. 즐낚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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